본문 바로가기
정보공유

개발자 학교 3년, CTO가 바라본 교육(에꼴42 사례)

by 날고싶은커피향 2023. 9. 6.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멘토로서 3년 간의 혁신교육 경험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 독자 : 개발자 학교, 부트캠프 등 - 했던 일 : - 42 Seoul (에꼴42 서울캠퍼스) 교육지원 - 새로운 교육모델 연구개발 (집단학습모델, 학습 커뮤니티 연구) pdf 파일로 누구나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출처명기 후 얼마든지 인용 및 활용 가능합니다. (6.5 MB, 224페이지) 좋은 후배 많이 양성해주세요. 오탈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9 제1장. 소프트웨어 교육을 고민하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림 1. 4차 산업혁명 시대(출처:삼성SDI)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슈밥”회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번째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융합됨으로써, 모든 정치, 경제, 산업이 변화될 뿐 아니라, 그게 인간사회에 주는 가치마저 바꿔 놓을 겁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지식세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세번째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네번째 산업혁명은 IT가 현실세계로 내려오면서 모든 것을 바꿀 거라는 거다. 실제로도 AI, IoT, 빅데이터 등 IT 기술은 이제 현실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제조, 자동차, 금융 등 모든 산업이 바뀌고 있다. 그가 “산업혁명”이라고 표현한 건, 산업변화를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뿐 거기에만 국한 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AI는 뉴스기사를 만들기 시작했고,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미래를 예측하 기 시작했고, 인간처럼 대화하기 시작했다. IT 기술은 이제 “네이버”, “구글” 같은 검색포털이 아니라, 나한테 현실적 만족감을 주
  2. 10 는 제품이 되어버린 거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당연히 기업가들이다. IT기술을 이용해 끊임없이 세상을 더 편리하고 새롭게 만든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IT 개발자들이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기술을 가지고, 기업가가 꿈꾸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어떤 개발자는 직접 창업을 해서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2. 기업들의 숙제 공장에 필요한 로봇을 만들고, 피자매장에 필요한 AI로봇을 만들고, 자동차에게 필요 한 “자율주행”을 만들려면 필요한 재료들이 있다. 바로 “데이터”, 컴퓨터를 훈련시켜주기 위한 정보들이다. 이런 정보는 어디에서 올까? 바로 “사람”. 가장 발달한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모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즉 IT 세계이다. 기업들은 변화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업 내 모든 작업들을 IT화 시키고, 정보들을 데이터화 시킨다. 이런 변화를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줄여서 DT)이라 고 부른다. 즉, 수작업 장부로 관리되던 “제품 출고일지”를 엑셀로 만들고, 엑셀로 관리하던 장부 를 데이터베이스로 옮겨 담는다. 그렇게 하면, 공장은 제품판매와 출고상황에 따라 제품 생산을 지능적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
  3. 11 즉, 데이터를 집중화 시키고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도 비용 구조와 사업전략을 새로 짤 수 있게 된 거다. 이렇듯 DT 란, 기업이 가진 정보를 가치 있게 만드는 활동이자, 기업을 체질적으로 바꾸는 변화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여기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우수한 인재의 확보, 바로 “채용”이다. 하지만, 인재수는 결코 많지 않다. 사람은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수한 개발자는 더욱 그렇다. 우수한 개발자는 학교에서 키워내는 게 아니라, 사회로 나와서 그렇게 크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수한”이란 다양한 현장에서 실력이 증명된 사람에게 붙여지는 칭호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길러주는 시스템 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시스템이 많이 약하다. 수능식 교육은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학교는 그런 학생들을 제품 찍어내듯이 배출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IT 산업의 역사가 짧아 교 육방향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3. 현재 교육의 한계 각 나라의 우수 대학들이 IT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4. 12 하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인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개발자가 필요한 곳은 많은 반면 기존 교육시스템은 사람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키워내기 때문이다. 퀄리티는 우수하겠지만, IT산업의 변화속도를 생각할 때 이렇게 운영되는 건 한계가 있다. 소수의 인재로 전 산업을 커버할 수 없을 뿐더러, 다양성과 규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IT교육 만큼은 기존의 시작에서 벗어나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교육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해보자. 구분 현재의 교육구조 단점 교육내용 컴퓨터 기초이론 교재 기반 단계별 학습 산업현장과 동떨어져 있음 교육시간이 오래 걸림 교육기관 대학교, 전문대학 - 컴퓨터공학과(소프트웨어) - 융복합학과, 교과과정 정원확대가 어려움 교과과정 만들기가 어려움 교수자 확보 어려움 교육방식 교수자1 강의식 새로운 교육 = 교수자 양성이 필수 실습, 훈련 시간이 없음 교육자 교수자 교수자 육성에 시간이 오래 걸림(박사급 이상)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기 어려움 교육결과 학점 획득을 통한 졸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재교육 및 훈련이 필요함. 표 1. 현재 교육구조의 문제점 전통적인 교육시스템은 “교수-수업 방식”을 따른다. 수업은 반드시 교수가 해야 하고, 강의수업은 대부분 전달식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학 생은 전공과목 이수, 수업시간 충족, 점수획득 등을 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전통적인 이 교육방식은 19세기 이전, 전문가를 모시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도제식 교육”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정보와 지식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 교수자 : 교사, 교수, 강사 등 가르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
  5. 13 이 교육방식은 한 명의 교사가 소수의 집단을 교육하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IT교육을 하면서는 몇 가지 어려움이 생겼다. 첫째, 실습훈련을 하기 어렵다. 기술 교육은 교실수업만으로 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직접 코딩을 해봐야 아는데, 그러 려면 노트북도 필요하고, 통제된 개발환경도 필요하다. 더구나 학생들마다 코딩속도가 달 라, 정해진 교육일정을 나가기도 어렵다. 숙련도를 높이려면 실습훈련처럼 운영해야 하는데, 수업 방식으로는 교육 포맷을 짜기 가 어렵다. 시험평가 방법도 어렵다. 지면시험으로는 코딩실력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 다. 둘째, 교재를 만들기 어렵다. IT기술의 변화방향은 예측할 수 없다. 스마트폰 이야기하다가 5G 이야기로 뛰고, 갑자기 또 AI로 뛰어 버린다. 비트코인 이 야기하다가, NFT와 STO, 디지털 화폐로 이슈가 옮겨가 버린다. IT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기술들을 빠르게 융합시키면서 발전했다. 변 화가 복잡하고 다양했다. 그래서 교재가 나올 때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버린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기술”는 원래 Gmail 가입자에게 무제한 용량을 주기 위해서 탄 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AI를 위한 머신러닝에 사용된다. 그래서 공부는 해야 하지만, 교재는 만들기 힘든 그런 시장이다. 셋째, 교수자를 구하기 어렵다. 대학교 교수가 되려면 전공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양한 논문을 통해 연구경력
  6. 14 을 인정받아야만 될 수 있다. 아무리 빨라도 10년이 넘게 걸린다. 1950년대 60년대, IT산업이 느리게 흐르던 시절에는 그래도 되었다. 그 때는 학교 기술이 산업기술이었다.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운영체제를 올리고, 프로 그래밍 언어를 탑재하는 것까지 교수들이 직접 설계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를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산업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학교 기술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학교는 기초기술, 산업은 응용기술로 갈라진 거다. 그나마 이젠 산업 쪽에서 기초기술 연구까지 하고 있다. 최근의 기초기술은 구글, 페 이스북, 애플 등이 선도하고 있고, AI처럼 산업 데이터에 기반한 경우는 아예 학교에서 연구를 시작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이런 흐름에서 IT기술을 10년, 20년씩 공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니, 좋은 교 수를 구해서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건 더욱 어렵다. 넷째, 교육을 보급, 확대하기 어렵다. 현재 제도권 시스템은 교수자가 있어야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교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교수가 없다. 교육교육이나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전공학과 교수들이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대학원생들이 강사로 투입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새로운 머신러닝 기술이 뜬다. 학생들이 이걸 배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교수를 구할 수 없다. 교육을 할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방대학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교수도 없고, 멘토도 없다. 개발회사도 없고 개발자 도 없다. 그러다 보니 대학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소화하기도 어렵고, 소프트웨어 교육 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7. 15 즉, “교수-수업 중심”의 현재 교육모델로는 IT 교육을 절대 잘 할 수 없다. 시간, 공간, 사람의 제약을 심하게 받을 뿐 아니라, 실습훈련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선택 받은 소수의 학생들만 교육을 제대로 받는다.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개발자를 양성하는 교육은 없다.” 훌륭한 교수님과 훌륭한 학생들은 있지만, 훌륭한 교육시스템이 없는 거다. 4. 교육의 숙제 왜 그렇게 되었을까? IT 산업의 발전속도와 변화의 량이 너무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시스템은 교수자 중심의 교육모델에 묶여 경직되어 있어 대응이 불가능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교육”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부잣집 자제를 가르치기 위해, 명망 있는 사람을 불러와 스승으로 앉혔다. 그렇게 가르치는 행위가 곧 교육이었다. 중세시대의 대중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성당에서 목사님이 설교하는 방식, 그게 오래 된 교육의 모습이었다. 즉, 가장 전통적인 교육은 지식 수용자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입식 전달 식 교육으로 이루어졌다.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이 복잡해지자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해진다. 복잡한 기계의 사용법도 익혀야 했고, 기록하기 위해 글자도 알아야 했다. 특히 민주사회의 보급과 함께, 공교육이 확대되면서 인간관과 교육철학까지 도입된다.
  8. 16 20세기에 들어 “존 듀이”가 인간관, 사회관 등을 기반으로 교육이론을 정립하면서, 이 후 교육의 모습은 복잡해진다. 아동중심의 교육에서 성인중심의 교육으로, 특수계층 중심에서 대중교육 중심으로 바 뀌었고, 교육은 단순히 개인이 가르치는 행위에서 학교라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교수자 중심의 교실 수업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런데 공교육을 확대하면서 교육의 형태를 정하는 바람에 새로운 교육형태를 도입되 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개발은 기본적으로, 지식습득활동 외 코딩이라는 기술습득훈련까지 동반되어야 되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을 현재 교육의 틀 안에 집어넣으려다 보니 개발자 를 길러낼 수 없는 거다. 교육 훈련 가치지향적 활동 가치중립적 활동 인간 신념체계의 변화 제한된 특수기술의 연마 전인적인 변화 일부의 변화 지적이고 창의적인 참여 단순한 기계적 학습 표 2. 교육과 훈련의 차이점 (R.S.Peter) 그런데 소프트웨어 개발은 기술훈련이면서 다음 세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공학자 특성”, “연구자 특성”, “사업가적 특성” 이 세가지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 교육이 설계되어야 한다. 먼저 “공학자적 특성”을 예를 들어 보자. 2021년 신한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42개월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이며 해야 할 업무(TASK)가 1천개에 넘는다. 이런 프로젝트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작업이 아니다. 건설처럼 정교한 “공학적 접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작업이다.
  9. 17 그래서 미리 설계를 튼튼하게 하고 각 TASK는 분업으로 개발한다. 모아서 테스트를 하고, 준비된 프로세스를 따라 운영에 들어간다. 반면, 2022년 OpenAI가 발표한 ChatGPT는 그렇지 않다. “연구자적 특성”이 두드러진 케이스다. ChatGPT는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에서 시작된 연구다. 무려 5년이 걸렸다. 그나마도 이제 막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낸거지 아직 판매를 시작한 게 아니다. 구글의 “알파고”도 대중의 주목을 끄는 데까지 6년이 넘게 걸렸다. 2010년에 시작한 “딥마인드”를 인수, 2014년부터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했고,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하면서 비로소 유명해진거다. “연구”가 아니었다면, 그 긴 기간을 투자가들이 기다려주지 못했을 거다. “창업가적 특성”은 어떨까? “배달의 민족”을 보자. 창립자였던 김봉진 대표는 2010년 전화번호부 앱을 출시한다. 하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전화번호부 DB는 KT가 가장 방대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김봉진 대표는 “전단지앱”으로 정체성을 바꾼다. 아무렇게나 바꾼 건 아니고 관련 사업을 찾다가 성공가능성을 인식한거다. 빠른 변화가 가능했던 건 자기 형이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형이었던 “김광수” CTO도 사업적 감각이 남달랐다. 그에게 이런 감각이 없었다면, 그 렇게 빠른 피봇팅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강의하는 건 쉽다. 하지만, 교육이라면 이런 사람들을 길러낼 필요가 있다.
  10. 18 5. 우리나라 교육제도 가. 초,중,고등학교 그림 2. 우리나라의 교육제도(2022.05, KARIC)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자.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초등교육”은 일반교육, 기초교육이고, “중등교육”은 진로교육, 기술교육이다. “고등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곳인데 대학교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중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12년을 아울러서 “K-12 교육2”이라고 부른다. 여러 가 2 K-12 : K twelve, K through twelve, K to twelve, from Kindergarten(유치원) to 초.중.고등학교 12년으로 이루어지는 의무교육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미국”을 본 따 만들어졌기 때문 에 미국의 의무교육도 K-12교육이라고 지칭한다.
  11. 19 지 교육이론으로 정교하게 짜여 있어 일반인의 시각으론 이해하기 힘들고 거리감이 있다. 자세한 설명은 건너뛰자. 다만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 이후 사용되는 교재를 찾아봤는데 몇 가지 걱정이 되었다. 구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목표  소프트웨어 소양교육  도구 활용을 통한 코딩 이해  소프트웨어 소양교육 문제해결 학습을 통한 알고리즘 이해 및 프로그램 제작능력 함양  컴퓨터 융합활동을 통한 창의적 산출물 제작 및 대학 진로 연계 학습 교과내용  놀이 중심의 학습활동 (컴퓨터 사고 이해)  소프트웨어 툴 활용학습 (부제해결 방법 익히기)  문제해결 프로젝트 학습 (프로그램 제작 기초)  논리적 문제 해결력 학습 (알고리즘 절차 익히기)  창의적 아이디어 산출물 제작(프로그램 제작 심화)  프로그램 언어학습 (심화문제해결 학습) 창의적 체험활동  논리적 사고 체험활동 (코딩 활동) 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 (공작기기 작동원리 구현)  컴퓨터 시스템 융합활동 (R&D 활동) 표 3. 2018년 시작된 소프트웨어 교육과정 첫째, 생각보다 교재가 어렵다. 교재 내용부터 교구 사용까지 개발자가 아니면 쉽게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잘 이해할까?’라는 고민이 된다. 태권도 막 배우러 온 친구에게 9단 날아차기를 가르치는 것 같다. 둘째, 이 과정을 잘 지도해 줄 선생님이 있을까? 어린 학생들에게 이해시켜 주려면 아주 정말 쉽게 설명해 줘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개발경력 있는 사람이, 교수법을 잘 배워서 쉽게 설명해주는 노하 우를 익혀야 할 것 같다. 셋째, AI 등 새로운 교재를 보면 이걸 선생님들이 가르칠 수 있나 의심이 된다. 너무 내용이 많고 온 산업 전체를 총망라해 놓은 느낌이다. 학교에서 수업만 하던 선 생님들이 이걸 잘 설명해줄 수 있을까? 나는 못할 거라고 본다. 특히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줄 수 없기 때문에, 양방향 소통은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12. 20 교육부에서 세운 상위레벨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학교현장으로 내려왔을 땐, 교재 나 수업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깨닫고 배우길 바라는 게 아니라, 강사가 일방적으로 자기 지식을 자랑하는 느낌이다. 나. 대학교 그림 3. 대학교에서 접할 수 있는 코딩교육들 대학교육은 어떨까? 요즘 전공자들은 4학년이 되면 졸업논문 대신 “캡스톤 프로젝트3”를 한다. 작은 프로젝트 하나씩은 해보고 나가게 된다. 하지만, 취업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부트캠프에 참여한다. 목표는 이력서에 써넣을 프로젝트 하나 해보는 거다. 3 캡스톤 : 돌아치를 세울 때 마지막에 끼우는 지붕돌을 말하는데, 교육과정에선 마지막에 하는 최종과제 란 걸 의미하게 되었다.
  13. 21 비전공자들은 어떨까? 복수전공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학업부담이 크다. 실무교육이 아니어서 취업에는 큰 도움도 안 된다. 하다 보면 ‘하는 게 맞나?’ 이런 의심이 든다. 정부지원 부트캠프도 쉽지 않다. 선발기준이 높아 일단 코딩학원을 먼저 다녀야 한다. 첩첩산중이라 대부분 온라인으로 입문해보는데, 그나마 혼자서 문법 공부를 해보다가 금방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나마 동작했던 모델이 “멋쟁이사자처럼” 같은 커뮤니티 모델이었다. 다. 정부,기업교육 정부교육과정이나 기업교육은 어떨까? 학교교육과 비교해 보았다. 정확하진 않고 느낌적 느낌만 비교해보자. 구분 교육기관 교육대상 교육목표 교육기간 교육내용 교육방식 장기교육 초중고 어린이, 청소년 훌륭한 국민 (기본소양) 12 년 교양교육 강의 대학교 성인 진리탐구, 전문인 4 년 전공필수 + 전공선택 + 교양 강의 전문대학 성인 전문직업인 2 년 전공필수 + 전공선택 강의,실습 에꼴 42 성인 전문직업인 3 년+ 전공필수 완전 실습 단기교육 학원(부트캠프) 성인 취업 1~3 개월 하드 스킬 강의,실습 공공(취업) 미취업자 취업 1~6 개월 하드 스킬 강의,실습 공공(재교육) 재직자 다양 1~6 개월 하드 스킬 강의,실습 기업(신입) 신입사원 업무관련 하드 스킬 1 개월 하드 스킬 강의,실습 기업(재교육) 재직자 업무관련 하드 스킬 1 개월 이하 하드 스킬 강의,실습 표 4. 교육기관별 교육방식의 차이
  14. 22 가장 큰 차이는 “교육기간”이다. 정부는 6개월 이하의 단기교육을 담당한다. 이미 취업전선에 뛰어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장기교육보다는 실무전환교육에 맞춘다. “소프트 스킬”보다는 “하드 스킬”에 집중하며,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장착시켜준다. 대학교육의 목표가 “사람”을 길러내는 거라면, 단기교육의 목표는 “기술 장착”이다. 단기교육의 단점은 “교육수준”의 복잡도를 높일 수 없다는 거다. 1단계, 2단계 밟아 가기엔 시간이 부족해 고수준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공교육이나 기업교육은 부트캠프 타입의 코스워크만 존재한다. 아쉽게도 산업파워를 높이는 진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6. 에꼴42에 대한 평가 2019년 서울 개포동,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42Seoul” 과정이 오픈 되었다. 42Seoul은 “에꼴42 서울캠퍼스”를 부르는 명칭으로, 교육과정은 “42”라고 말한다. 참고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혁신학교로서 설립되 었으며, “42”는 설립초기 운영할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되었다. 나는 계약직 멘토로 합류했는데, 초대학장인 이민석 학장님과의 인연이 큰 지원동기가 되었다. 멘토의 역할은 학생들이 원활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우리 사회에 필요 한 진짜 혁신교육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 접한 42는 좀 많이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선 42는 파리 본사가 전체를 통제하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학교다. 전체 교육과정은 42 고유의 것으로 각 캠퍼스에서 변경할 수 없고, 취업과 연결된 기업연계 활동만 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교육이념과 철학을 따르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지향점이 조금 달랐다.
  15. 23 더구나 IT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반 학습모델”4이었기 때문에, 교육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효과가 엄청 떨어졌다. 그리고 커뮤니티 학습 모델이었기 때문에 운영방식 자체가 엄청 까다로웠다. 커뮤니티 문화형성을 위해 제때 필요한 학습법을 넣어줘야 했는데, 그런 일을 하기 매우 어려웠다. 반면, 42가 했던 여러 가지 교육실험들은 충분히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그 핵심원리 들을 분해해서 정리해보면 이렇다. 구분 이슈 기존교육 42 교육이론 세부내용 교육장치 하드 스킬 강의를 통해 가르침 : 시범교육, 이론교육 Problem contents 문제 풀이를 통해 스스로 익혀야 함 (구글링, 강의청취 등) 학습시간, 몰입도가 중요 융복합 능력 대응느림 : 학과신설, 강사필요 Project-driven learning 프로젝트 방식으로 subject 제작 빠른 기술변화 대응못함 : 학과신설, 강사필요 Content-driven learning 새로운 기술을 subject 로 만들어 배포 강사 부족 대응못함 : 강사양성 어려움 Peer-learning Piscine 으로 학습방식 훈련 : 동료를 Teacher 로 활용 지식전달 강의를 통해 가르침 : 강사가 핵심 Peer-evaluation : 동료평가 이론은 알아서 학습(교재, 강의 등) 동료와 지식, 경험 교류 결과측정 시험(Examination) Examination 문제은행 기반 시험(Pass/Fail 방식) 학교운영 동료(자원)의 고갈 해당없음 Learning community 150 명 이상의 대그룹 학습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하여 과제수행 학습의 다양성 다양한 교육내용 개발 Full open apply 다양한 학생선발(오픈선발) : 누구나 도전 가능 성장 속도 해당없음 Group study 그룹 과제를 통해 협력학습 학업동기 해당없음 Gamification Association 놀이활동, 경쟁의식 봉사활동, 기여활동 등 돌봄활동 해당없음 Group activity 그룹활동, 후원활동 등 교육연계 타학교 교과 연계 등 좌동 비즈니스 스쿨을 단위과제로 취급 산학연계 산학프로그램 Entrepreneurship 학생들이 알아서 자치적으로 판단 취업연계 인턴쉽 좌동 학생들이 알아서 인턴쉽 수행 표 5. “42교육”에 내포된 의미 4 콘텐트 기반 학습 : content based learning, 학습자를 풍부한 량의 콘텐츠에 노출시켜, 상황에 맞는 학 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방식
  16. 24 현업 개발자의 시각으로 보면, 42가 동작하는 모습은 특이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잘되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한 부분을 학교로 옮겨온 것 같다. 다만 이게 학교에 구현되어 있다는 건 매우 반가우면서도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교육분야의 시각에서 보면 대단히 혁신적인 모습이다. 개발자 학교를 “커뮤니티 모델”로 만든 건 세계 최초이고, “집단학습 모델”로 1,000명 이상의 규모를 운영한다는 것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원리가 새로 만들어진 건 없다. 집단학습, 집단지성, 동료평가 등은 우리 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연구되던 모델들이다. 다만, 1,000명이 넘는 대그룹 단위로 해본 경 험은 없다. 안에서 지켜본 42교육모델은 개발자 교육에 있어 꽤 좋은 대안처럼 보였다. 강의수업만으로 채울 수 없는 많은 것이 해소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어떤 것들은 우리 교육에도 과감히 도입해 보는 게 의미 있어 보였다.
  17. 25 제2장. 어떻게 개발자가 되는가? 1. 개발자 성장곡선 개발자는 어떻게 탄생할까? 개발자를 교육하려면 개발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림 4. 학습곡선(Learning curve) 대부분의 성장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개발자도 이렇게 성장한다. 이 곡선을 학습곡선(1885년, 헤르만 에빙하우스5)이라고 하는데, 투입시간 대비 성장 정도를 표현한 곡선이다. 아직 지식과 경험이 형성되지 않는 초기에는 느리게 성장한다. 어느 정도 지식과 경 험이 쌓이고 나면 가파르게 성장하다가, 고수가 되고 나면 성장이 정체된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론으로 정립되기 전까진 사람들마다 의견이 달랐다. 5 Hermann Ebbinghaus : 1850 ~ 1909, 독일 심리학자이자 교육자, 망각효과와 간격효과를 발견한 인물, 학습곡선을 처음으로 설명한 사람
  18. 26 이젠 이 곡선에 맞추어 교육설계를 할 수 있다. 입문 초기에는 꾸준히 학습량을 채우 게 하고, 성장이 가팔라지는 시기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데 이걸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자. 그러면 또 다른 곡선이 된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이렇다. “우당탕탕” 하면서 왔다갔다한다. 지식습득은 이렇지 않지만 기술습득은 대부분 이렇게 일어난다.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찾아보고, 반성하고, 교정하는 활동을 반복한다. 개발자의 성장곡선은 정확히 이렇다.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계속해서 나오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험 해보면서 스킬과 경험을 업그레이드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이걸 팀 단위로 빠르게 반복한다. 쉽게 반복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해도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산업과 달리 다시 개발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적다. 즉, 개발자는 이런 학습패턴과 성장패턴에 아주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을 이렇게 설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림 5. 우당탕탕 학습곡선(Bumpy learning curve)
  19. 27 2. 개발자 성장모형 개발자 성장 모형이란, 개발자를 구성하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의 해부도를 말한다. 그림 6. 개발자 성장모형 기술분야나 기업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웹 개발자 사례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범용적인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 위 그림에서 “교육학습”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학교 수준이란 재 정문제, 교실문제, 전산실습실 등 현실적인 제한을 감안한 것들이다. “현업수준”은 학교에서 할 수 없다. 고객, 실데이터, 법적책임 등의 다양한 변인들을 학교 내에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컴퓨터 이론이다. IT란 기본적으로는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동작원리 이해는 필수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 구조를 제한하고 성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20. 28 “개발플랫폼”은 OS 위에서 운영되는 개발자 플랫폼들이다. 안드로이드, UWP, iOS6 등 이 있다.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API를 제공한다. 모든 걸 알 필 요는 없지만, 일할 만큼은 알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하 는지 연습해둘 필요가 있다. “개발환경”은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라고 한다. VScode 같은 툴이다. IntelliJ 도 좋고 Eclipse도 있다. 개발을 시작하려면 제일 먼저 내 노트북에 IDE를 구축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깔고 이 것저것 설정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데 개발환경을 익힌다는 건 단순히 편집툴을 익힌다는 게 아니다. 어떻게 개발할 지, 어떻게 실행될지 등, 일하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과정을 연습하는 거다. 여기까지 되면, 먼저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본다. 일반적으로는 “Hello, World”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출력해본다. Java면 Java로, 파이썬이면 파이썬으로, 웹이라면 브라우저에 출력해본다. 이것저것 설치하다 보면 그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 그제서야 비로소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진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해 볼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프로젝트다. 이런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인생네컷]입니다. 우리는 각 대학교 앞에서 스티커사진 매장을 무인으로 6 안드로이드 : 구글 스마트폰 플랫폼, iOS : 아이폰용, UWP : 윈도우 플랫폼, 일반인이라면 아~ 하고 넘 어가자. 맥락만 이해하면 된다.
  21. 29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 필터를 좀 더 선명하게 개선할 방법과 광각 느낌의 필터를 개 발하고 싶습니다. 이걸 개발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당연히 돈을 받고 하는 거다. 고객과 목표, 기한이 있다. 이걸 끝낼 수 있으면 단순히 코딩을 넘어 직업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선 기한을 늘리거나 기능규모를 줄여서 난이도를 낮춘다. 하지만, 역시 혼자 하기엔 기능수가 많고 복잡해서, 대부분 2-3명이 모여서 한다. 더 복잡한 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데이터, 성능, 보안 이슈들을 포함한 복잡도가 올라가는데, 이걸 다 학교 내에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더구나 업무 지식이 배경지식으로 필요하다면 더더욱 학교 내에서 운영하기 어렵다. 3. 개발자의 학습방식 가. 신입사원 교육과 다르다. 개발자의 성장방식과 성장모형에 대해선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이걸 학교에서 가르치려면 연구를 좀 해야 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가르치는 방식으로는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은 회사에선 최하위 레벨이지만, 학교에선 최상위 레벨이기 때문 이다. 학교에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부터 가르치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 선 “신입사원”이 된 것만으로도 대화는 통한다는 뜻이다. 많은 CTO들이 회사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면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 다. 절대 그렇지 않다. 교육의 대상은 레벨 제로, 백지상태인 사람부터 시작한다. 더구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22. 30 경우도 많아서 그 훈련부터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교육은, 기업에 노하우가 없다. 그래서 학교 교육을 설계할 때는, 기업의 노하우로 접근하면 안 된다. 백지 친구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관찰을 하고, 하나씩 밟아가도록 잘 유도해야 교육 이 올바로 진행된다. 나. 핵심은 학습량 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히 핵심부터 짚고 넘어가자. 모든 이야기는 이걸 하기 위해 구구절절이 펼친 것이기 때문이다. 레벨 제로인 친구가 개발자가 되는 건 결국은 학습량 = 훈련량이다. 많이 보고, 읽고, 생각하고, 많이 개발해봐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IT기술은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요령을 익힌다고 해서 마스터할 수 없다. 물론 웹을 할 거냐, 앱을 할 거냐에 따라 익혀야 할 내용이 쉬워지기도 한다. 기획자가 취미 삼아 할 수 있는 정도라면 좀 더 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필요한 기초 학습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핵심요령을 익혔 다고 해도 개발을 하기 어렵다. 다. 호기심과 경험학습 그러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바로 “호기심”이다. 그리고 “따라하기”다. 내가 궁금한 게 생기면, 원리를 알고 싶어 그걸 분해해본다. 그리고 똑같이 흉내를 내
  23. 31 어 직접 만들어 본다. 다분히 공학적이고 남성적인 이 접근법은 아쉽게도 가장 정통적인 시작방법이다. 이렇게 직접 행동함으로써 학습하는 걸 “Learning by doing”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흉내내기”를 경험학습이라고 한다. “경험학습”은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새로운 지식을 탐구할 때 무의식 중 에 하는 행동들이다. 그림 7. 콜브박사의 경험적 학습모델 이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 보면 이렇다.  구체적 경험 Concrete Experience: 직접 어떤 상황을 겪는다.  반성적인 관찰 Reflective Observation: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과거의 경험과 연관하여 개념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 추상적인 개념화 Abstract Conceptualization: 깨달은 것들을 추상적인 개념 으로 정리한다.  능동적인 실행 Active Experimentation: 생각한대로 되는지 새로운 상황에서 스킬을 발휘해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고”, 즉 “반성적 관찰”이다. 자기 잘못을 교정하려는 행위가 성 장으로 이어진다.
  24. 32 개발자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정보를 뒤지거나 새로운 코드를 짜서 테스트를 한다. 제대로 동작하면 새로운 곳에 적용해보거나 더 업그레이드를 시킨다. 개발자에게 경험학습은, 단순 경험이 아니라 반성을 통해 개선하려는 자발적 탐구활동 을 일컫는 말이다. 이걸 학교에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경험학습이 전통적인 강의학습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경험학습 전통적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거나, 행위를 함으로써 배운다. 현실과 관련이 없는 이론적 개념을 배우는 것 배움은 교실 밖에서도 배울 수 있다. 배움은 교실에서 일어남. 관찰, 반성, 문제해결, 창작을 통해 배운다. 배움은 지식을 암기, 반복학습함으로써 머리 속으로 흡수하는 것 많은 책임이 강사에서 학생에게로 이동한다. 강사는 가르칠 내용을 제공하거나, 시험에 대비한 지식을 전수하는데 집중한다. 학생은 얻고자 하는 지식을 스스로 식별하고 그걸 획득해야 한다. 학생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를 해야만 한다. 학생이 자기의 학업과정을 관리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 해야 하는지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준다. 실수(실패)가 인정된다 : 실수는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수는 배움에 있어 금지된다.(잘못된 걸로 인식된다.) 성장동기를 학생들이 스스로 찾게 된다. 성장동기를 대부분 학생이 아닌, 외부에서 제공한다. 표 6. 경험학습 vs 전통적학습의 차이점, (David Kolb, 1984) 위 도표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David Allen. Kolb7 박사가 만든 내용이다. Kolb박사는 경력개발 및 임원교육을 연구하는 유명한 교육이론가이기도 했다. 이 모델은 1970년대 이후 경험학습이론을 발전시키는데 큰 영향을 주었으며, 기업교 7 David, A. Colbin : 1939년생, 하바드대학 사회심리학 박사, 경험학습, 경력개발, 임원교육 등에 관계되는 “교육이론”들을 다수 정립했다.
  25. 33 육에 주로 사용되다가 점차 학교에도 도입된다. 장점은 경험학습은 교사 없이도 일어난다는 거다. 교사는 보조 역할을 하면 된다. 단점으로는 회고와 반성이 없으면 지식화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회고, 반성”을 의도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라. 점진적 반복학습 개발을 익히는 과정은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과 다르다. 그림 8 Mastery learning vs Spiral Learning(aop.com) 수학은 한 단원씩 마스터해가며 다음 단원으로 올라간다. 모든 걸 다 배우고 나면, 마 지막에 시험을 친다.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마스터 학습법 Mastery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앞에 배운 게 뒤에 배울 것의 기초가 될 때 하는 공부법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발을 익히는 방법은 그렇지 않다. 먼저 Hello, World를 찍는 간단한 웹프로그램을 짠다. 그 다음 CSS를 입혀 예쁘게
  26. 34 만들고, JavaScript를 넣어서 움직이는 기능을 만들어 간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간에 다 버리고 새로 짠다. 이렇게 뭔가를 더해 가면서 구현을 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을 찾아 공부 하는 방식이다. 마치 그림을 배우는 과정과 흡사하다. 계속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소재와 그림기법, 그림실력을 키운다.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나선형 학습방식 Spiral Learning”이라고 한다. 그림 9. Spiral learning model (의학수업 모형, 소프트웨어 교육모형) “나선형 학습방식”은 원래 “의대 수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몸의 장기는 서로 분리 되어 있지만, 분리해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복잡하게 엮여 있는 것들을 함께 공부할 때 쓰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수준을 섞어서 배우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복잡한 걸 배운다. “소프트웨어” 수업에도 “나선형 모델”이 도입되는데 이유는 비슷하다. 컴퓨터도 내부적으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나만 익혀서는 개발을 할 수 없기 때 문이다.
  27. 35 마. 코드 리뷰 팀에 막내가 들어오면 대리가 챙겨준다. 기본적으로 “코드”를 본다. 그게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코드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행위를 “코드리뷰”라고 한다. 채점하려고 보는 건 아니다. 소스코드를 병합하거나, 상용에 배포하기 전에 오류 날 만한 게 없는지 더블로 체크하는 거다. 잘못된 게 있으면 불러서 함께 본다. 대리, 과장급이 되면 서버 구조를 칠판에 그린다. 어떻게 짜야 할지, 어떤 결과를 내 야 할지 함께 토론한다. 이렇게 일하는 스타일을 “개발문화”라고 한다. 의역을 하자면 “업무스타일” 정도 된다.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함께 토의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마음씨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기업 시스템은 한 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다. 동료를 가르쳐서 함께 일하는 방식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협동심이나 의리 같은 감정적 공감대가 생기 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이런 건 학교에선 어떻게 환경구성을 할까? 이렇게 서로를 챙겨주며 공부하는 방식을 “상호학습법”이라고 한다. 교실 수업에서 “상호학습법”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상호학습의 유형 진행 방법 Peer Interaction 상호 작용형 학생들이 상호작용함, 교수자는 관찰, 필요시 개입 - 서로 가르쳐주기, 토론, 그룹학습 등 Peer Response 상호 응답형 교수자가 질문하고, 학생들이 대답함(소크라테스식) - 학생들도 서로 질문하고 가르쳐줄 수 있음 Peer Collaboration 상호 협력형 학생들이 그룹끼리 협력하고, 교수는 지켜보기만 함 - 문제를 풀거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 - 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
  28. 36 Peer Feedback 상호 피드백형 학생들이 루브릭을 기준으로 서로 평가하고 피드백 해줌 - “루브릭”은 교수자가 만들어 줌 - 교수자 없이 수업이 진행됨 Peer Facilitated Instruction 학생 퍼실리테이터형 한 학생이 교수자의 지원을 받아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함 - “퍼실리테이터”는 다른 반 학생이 할 수도 있음 - 학생들끼리 할 수 있도록 교과 개발 필요 범례 표 7. 동료학습의 유형(클라크 길버트 외, 2007, 브링햄영 대학) “상호응답형”은 교수자의 역할이 커 보이지만 아니다. 메인은 모두 참여 학생들이다. 상위 세가지 유형은 회사에서도 일어나는 방식이다. 팀장이나 CTO가 리딩을 하고, 업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상호 피드백형”과 “학생 퍼실리테이터형”은 학교에서 눈 여겨 볼만하다. 교수자의 개입 없이 훈련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퍼실리테이터”란 “그룹활동의 진행자” 역할을 말하는데, 그룹 내 위계질서를 제거함으로써 소통의 평등성을 이끌어낸다. 그게 경험과 지식의 전이를 이끌어낸다. 강사, 튜터 등의 역할도 있는데 이건 뒤에 다루겠다. 4. 개발자 커뮤니티 개발자를 하면서 커뮤니티 사이트에 계정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그만큼 커뮤니티는 개발자에게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해외 커뮤니티(closeriq.com, 2020) 국내 커뮤니티(블로그하는 어른이, 2021) 1. GitHub 2. Stack Overflow 3. HackerNews 4. Hackernoon 5. Hashnode 6. freeCodeCamp 7. Women Who Code 1. OKKY 2. Stack Overflow 3. GitHub 4. phpschool 5. Taeyo.Net 6. 아이폰데브 7. 안드로이드펍
  29. 37 8. Code Project 9. Digital Ocean 10. Reddit 8.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 표 8. 국내,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 목록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개발자 커뮤니티”를 잘못 알고 있다. 초보자들은 학교 동아리처럼 상상한다. 선배가 있고 후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들어갈까 말까 부담스러워한다. 정부는 “협회”처럼 생각한다. “대표자”가 있고 회원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래서 자꾸 커뮤니티한테 정부의 숙제를 내려주려고 한다. 모두 틀렸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그냥 게임 동아리 같은 거다. 본질적으로는 그냥 느슨한 “기술 포럼”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무엇 무엇을 사용 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도가 되겠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본능적으로 모임을 만든다. 너무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자 커뮤니티는 다양한 이유와 목적별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무엇이 좋을까? 1. 동기부여와 기술지원 - 코딩은 혼자 하면 지쳐 버림. 커뮤니티는 조력자처럼 작동함. 서로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동기가 유지되고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음 2. 내 스킬을 개발할 수 있음 - 커뮤니티는 지식 DB 처럼 작동함. 다른 개발자들과 협업할 기회를 자연스레 갖게 됨. - 기술 토론에 참여하다 보면 내가 업그레이드되는 걸 느낄 수 있음 3. 지식의 전달 -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지식의 확장이 일어나고 다른 분야에서 일할 기회도 얻게 됨 4. 상호 멘토링 - 일하는 방법, 툴사용법, 코드 봐주기 등 서로에게 다양한 멘토링을 해줄 수 있다. 5. 네트워킹 - 다양한 사람을 사귀는 건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내 지식 DB 를 확장시켜주는 것이다. - 규칙적으로 밋업, 컨퍼런스, 온라인 이벤트 등에 참여한다. 6. 질문에 답 얻기 - 커뮤니티는 전문가를 찾아 답을 얻는 것보다 더 빨리 응답을 해주기도 한다.
  30. 38 - 다른 개발자들은 내 코드의 허점을 쉽게 지적해주기도 한다. 7. 퍼스널 브랜딩 - 개발자들은 콘텐츠, 자료, 답해주기 등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다. - 기업들의 주목도가 높아져 채용, 이직의 기회가 커진다. 표 9. 개발자 커뮤니티의 장점(Koding & Kahawa Developers Community, 2022) 굉장히 많은 장점들이 쓰여 있지만, 사실 이런 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커뮤 니티 내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얻어지는 무형의 보상일 뿐이다. 즉, 본질적으로 “커뮤니티”란 동아리라는 형상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동하 는 개발자들의 문화적 습성을 지칭한다. 음, 그런데 이걸 학교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까? 있다!!! 집단지성과 집단활동을 교육현장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있었고, 꽤 의미 있는 결과들이 많았다. 그걸 활용하면 된다. 단, 초기에 이런 문화를 세팅할 때, 반드시 이런 문화에 익숙한 CTO들의 참여가 필요 하다. 즉, 문화의 도입은 책이 아니라, 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31. 39 제3장. “42”를 만나다. 1. 소개 프랑스 에꼴42는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만 약 4,000명 정도 있는 5년제 대학교다. 학비전액 무료로 진행되며 정규교육권 이외의 친구들이 주로 들어온다. 교수나 멘토 등, 교육인력들이 전혀 투입되지 않은 채, 학생들만으로 굴러가는 커다란 “커뮤니티 학교”라는 점에서 유명하다. 자율입학, 자율졸업제도로 연간 1,000명 정도 입학하고 1,000명 정도 나가는데, 평균 2~3년 정도 사이에 대부분 취업을 해버린다. 취업해도 학교에 나오는 경우가 있어 평생교육기관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개발자 양성학교라는 점에서 여러 나라가 주목하고 있으며, 학생들만의 커뮤니티 방식 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혁신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 관점에선 2~3년간 코딩훈련을 한 친구들을 받는 거라 비교적 빨리 현장에 투입 할 수 있고, 학교 관점에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친구들을 배출하는 프랑스의 교육정신 을 실현하는 거다. 학생들 관점에선, “아 개발은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사회적 성장 스킬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개발자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교육과정은 “42 커리큘럼”이라고 표현한다. “학사수준”과 “석사수준”으로 나뉘는데, 수업시간 없이 과제를 풀어 제출하는 것만으 로 진도를 나가며, 학사수준의 과제를 다 풀고 나면 졸업생으로 취급해준다. 진도는 수준에 맞춰 알아서 나가면 되는데, 요구기한이 있어 마냥 늘어질 순 없다.
  32. 40 독특한 건 이런 과정과 룰을 정교하게 세팅해서 IT시스템을 제공하는데, 학생들은 이 시스템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 IT시스템은 과제 DB와 학습상황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시험과 훈련환경을 제공 하는 “교육장 인프라”로 나뉜다. 2. 진짜 될까? 교육자 없이 교육을 한다는 거. 굉장히 낯설게 들린다. 교육업계 쪽에선 불가능하거나 우스개 소리라고 치부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인 간의 인지구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하고 성장한 친구는 인식수준이 경험적이고 주변세계에 머물러 있다. 성장환 경마다 달라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능력들이 정말 제 각각이다. 교육의 역할은 이런 사회적 불균형을 맞추어 주고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올리는데 있 다. 교육방식에 차이가 있을지 언정, 교육자의 외적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42 교육도 마찬가지다. 42 교육은 강의를 통해 수업을 전달하는 행위가 없을 뿐,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설계해주는 설계자는 있다. 그 교육방식의 특징이 기존의 “교수-수업 방식”을 따르지 않을 뿐, 엄연히 우리나라에 도 존재하고 있고, 연구되고 있는 학습법이다. 교육은 여전히 그 교육설계자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을 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고, 시험을 통해 실력을 확인 하고, 기업과 만남으로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33. 41 3. 학생들 사례 가. 전공학과 졸업생 “김전공”씨는 A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 다닌다. 올해 졸업반인데 아직 자신이 없다. 다른 친구들은 코딩테스트를 본다, 알고리즘 문제를 푼다 하는데, 나는 이론 수업만 듣다 보니 이렇게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 때 42캠퍼스에 들어왔다. 어떤 매력을 느꼈다기 보단, 프랑스 스타일은 어떨지 궁금했다. 막연히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42커리큘럼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랑 비슷했다. 과제스타일이 생소하긴 했지만, 전공 과목을 열심히 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문제를 푼 것 같다. 전부 코딩해서 제출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동료평가를 하는 중에 많은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룹 과제는 좀 어려웠다. 해야 할 코딩분량도 많았지만,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는 과 정에서 불협화음도 있었다. 두 번 정도 팀이 깨지는 바람에 기한에 촉박하게 끝내야 했 던 게 좀 아쉬웠다. 그런데 학사 과정을 다 끝내고 나니 좀 허탈하긴 하다. 이걸로 충분한가 라는 궁금증 은 여전히 남는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원서를 낸다고 하니 나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다. 나. 비전공학과 졸업생 “노전공”은 B대학교 프랑스어 학과를 다닌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이다. 개발을 공부하고 싶은데, 복수전공을 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주변 에 개발을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이번에 “에꼴42”가 들어온다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프랑스어 학과인 만큼 이 학교가
  34. 42 어떤 학교인지는 잘 알고 있다. 기대된다. 잠시 휴학을 하고 풀타임으로는 1년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42에 와서 가장 좋았던 건 물어볼 친구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다 친절하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모르면 왼쪽의 동료에게 물어봐라 그가 모르면 오른쪽의 동료에게 물어봐라” 는 42격언에 따라 열심히 물어봤다. 다들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고마웠다. 커리큘럼은 여전히 어렵다. 지금도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어떤 건 설렁설 렁 넘어가지만, 어떻게 해야 코딩을 할 수 있게 되는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은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 외, 친구들끼리 “파이썬 스터디”를 하고 있다. 프랑스어 학과 친구들은 능수능란하게 코딩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놀란다. 어떤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런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 다. 창업희망자 “강창업”씨는 경영학과를 다닌다. 여행을 엄청 좋아해서 “마이리얼트립” 같은 여행사 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작은 스타트업을 해봤다. 외주로 일을 맡겼는데 함께 일을 진행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선 답이 없다는 것을. 일을 주기 위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 강의를 들어볼까 하다가 42에 들어왔다. 여긴 개발자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 여기 있는 동안 함께 일할 만한 친구들을 찾아서 졸업하는 게 목표이다. 그런데 커리큘럼이 너무 어렵다. 지금 하고 있는 과제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파이썬 이나 node.js 같은 것도 많은데 지금 이걸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35. 43 4. 회고 가. 멘토로서 3년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멘토의 역할은 “교육지원자”이면서 “교육설계자”였다. 단기적으로 42를 도입했으나, 결국은 우리 시장에 맞는 교육모델이 필요했다. 3년 동안 1,200회 이상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코칭, 퍼실리테이팅 같은 (멘토)약결합 방식도 해보고, 멘토들이 강하게 리딩하는 강결합 교육도 해보았다. 굉장히 흥미 있고 깨닫는 게 많았다. 먼저 핵심만 정리해본다. 첫째, “교육방식”은 생각보다 잘 작동한다. 우리 학생들이 자발적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규범과 규율에 억눌려 있는 느낌이었다. 초반에 어떤 제한을 해제 하고 나면 학생들은 기꺼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동료학습은 초반에 어려웠다. 어떻게 서로를 도와줘야 하는지 한 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 잘 해주다가 번아웃되기도 했다. 누군가 적절성을 규정해 주길 바랐지만, 나중에는 학생들은 적절한 지점을 스스로 찾아갔다. 같은 과제를 한다는 것, 다 함께 코딩을 한다는 것. 이런 동질감이 서로에 대한 거리 감을 없애 주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건 인정했다. 뭔가 불균형에서 오는 이질감은 여전히 존재 했지만, 함께 한다는 동료의식이 상황을 안정시켰다. 1,000명 이상의 대집단이라 이합집산이 자유로운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집단활동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포함하는데, 헤어지면 이게 다 사라진다. 대집단이니까, 학생들은 알아서 짝이 될 만한 사람들을 잘 찾아다녔다.
  36. 44 둘째, 딱 “학교 프로그램”이다. 밟아야 할 코스웍은 있지만, 완전자율학습 방식인 데다 동료들을 땔감으로 삼아 성장 하는 방식이라, 많이 헤맬 수밖에 없고 불확실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어떤 동료를 만나냐에 따라, 학습진도나 학습수준, 학습속도의 편차가 심했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시간이 없으면 학습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최소 1년 상의 시간을 기다려준다면 학생들의 실력은 일반대학과 비슷할 거다. 하겠지만, 3개월 미만의 단기수업은 운영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충분 히 실패해 볼 시간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전체 시스템이 너무 3~5년짜리 프랑스 학제에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취업 프로그램”이 약하다. 프랑스에선 모든 그랑제꼴 취업률이 거의 100%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42는 특별한 취업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학교가 따로 챙겨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알아서 인턴을 하고, 알아서 원서를 내고, 알아서 취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취업사정은 다르다. 적지 않은 회사들이 인턴을 기피한다. 일하는데 부담되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는 신입 사원 채용을 피하고, 어떤 회사는 학생들이 기피한다. 그러다 보니 대졸자 첫해 취업률이 65%(2020년)8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에 20%는 첫해 이직을 한다. 취업도 어렵고 직장 적응도 힘든 거다. 즉, 학교의 취업 지원 전략이 프랑스와는 달라 8 출처 : 대졸자 취업률 (한국교육개발원, 취업통계연보 index.go.kr, 2020년)
  37. 45 야 한다. 일례로, 기본 커리큘럼을 21명의 CTO에게 보여 드리니, 채용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 다는 분이 48% 밖에 되지 않았다. 어떤 교육을 더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실무형 프로젝트나 제품 만들기를 하면 좋 겠다는 응답이 69%나 되었다. 즉, 42 커리큘럼만으로는 우리나라 기업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거다. 나. 42의 한계 프랑스는 교육제도의 특성상 학업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장외의 교육프로그램들이 많다. 에꼴42도 이런 포지션에 있는 학교다. 그래서 열림 선발이나 학비무료, 24시간 학교 개방, 생존역량 같은 것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오랜 식민지 활동으로 민족 구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다문화 가치관, 성평등 가치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커뮤니티 내 갈등의 불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단일민족이라 갈등의 양상이 세대갈등, 남녀갈등으로 표출된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려진 노하우가 없다. 그리고 대학진학률이 높아 지원자의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다. 열린 선발로 뽑기 때문에 오히려 취약계층에게 기회가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학생 친구들은 대부분 휴학을 하거나 학교수업과 병행한다. 그런데 3년이라는 학업시간은 휴학을 하기에는 긴 기간이다. 학생들은 보통 1년 휴학 후 “공통과정”을 돌파하고, 학교 복귀 후 병행학습을 하고자
  38. 46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학교 수업과 병행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 학습량 생각보다 많고 일정이 빡세기 때문 이다. 그래서 중간쯤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도 이탈률이 높아지면 집단의 수가 작아져서 동료학습이 잘 되지 않는다. 실제로 1년이 좀 넘게 지나면 어떤 그룹은 함께 입학했던 친구들의 2/3가 이미 취업 한 상태가 된다. 남은 친구들은 의욕이 사라져 학업을 지속하지 못한다. 교육모델 자체가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키기엔 어려운 구조다. 반면, 교육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학교에서 못하는 코딩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2는 정확히 컴퓨터공학과 전문대 과정에 대한 “대체 학교 과정”으로 동작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런 학교들이 많다. 경쟁학교를 굳이 꼽자면 한국폴리텍대학 이나 방송통신대학 정도 될 것 같다. 42는 분명히 혁신적이고 우수한 학교지만, 이런 우리나라 분위기 속에서 잘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프랑스는 인턴쉽 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42에는 취업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기업들이 인턴을 기피한다. 지원제도도 약하다. “대학이 기업과 동떨어져 있어서 일자리 매칭 문제가 안 풀린다.” 이건 모든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이건 혁신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에꼴42”가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우리 시장에선 생존하 기 힘들 거라고 본다.
  39. 47 다. 42의 가치 그렇다면, 42는 가치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정리하자면, 42의 교육내용 자체는 특이하지 않다. 그냥 컴퓨터공학과의 “자유로운 버전”이다. 반면, “교육방식”은 특이하다. 42가 교육방식의 혁신을 택한 이유는, “파이썬”이 아니라 “생존스킬”을 가르치기 위한 거다. 좀 더 범위가 넓다. 이건 우리나라의 산업계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요즘 기업들은 학생들의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함께 일하기 매우 어려워한다. 스스로 자기가치를 알아서 증명해야 하는 직업인이 아니라, 학교가 모든 걸 챙겨주는 학생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생들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백 번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우 리 사회의 교육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 학교에 처음 온 친구들은 매우 수동적이고 무언가에 찌들려 있다. 자존감이 매우 매우 낮다. 하지만, 어떤 깨달음이 온 순간, 급격하게 성장을 한다. 즉, 학습능력이나 역량이 뒤떨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다만, 모은 것에 주눅 들어있고 누군가 결정해주기를 바란다는 게 문제다. 그런 사람이 회사에서 자기 몫을 잘 해낼 리 없다. “커뮤니티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했다.
  40. 48 훈련 커리큘럼을 만들어 DB에 넣고, 교육기능을 완전히 IT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IT시스템”을 교육현장에 보급하고 “학습커뮤니티”를 만들어준다면, 강사를 구하지 못 하는 곳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려움이 있겠지만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41. 49 제4장. “42”를 이해하다. 1. 에꼴42란? 가. 프랑스의 대학교육 에꼴42를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의 교육현황을 간단히 알아보자. 프랑스의 대학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일반대학” Université , “그랑제꼴” Grandes écoles, “에꼴” école supérieure 그림 10. 한국의 학제 대비 프랑스 학제(2009, 교육과정.교육평가 국제동향연구) “일반대학”은 국공립대학으로 공교육을 제공한다. 학사 3년, 석사 2년, 박사 3년으로 운영되는데 학비가 낮은 대신 진급이 빡세다.
  42. 50 매 학년 진급고사를 치르는데 졸업할 때까지 20%가 떨어져 나간다. “교양인”과 “학자양성”을 목표로 하며, 수업과 이론중심으로 교육한다. “에꼴”은 “전문직업학교”로 “실업교육”을 담당한다. 예술, 건축, 관광 등 특정 직업군을 기르는 곳이며 2년~4년제로 운영된다. 역시 학비 가 저렴하다. 예술학교로 유명한 “루이 뤼미에르 국립학교9”의 경우, 학비를 자국민에게는 무료, 외국인에게는 연간 300유로 정도만 받는다. “그랑제꼴”은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사립대학으로 “엘리트 교육”을 담당한다. “고등 사범대”, “국립행정학교” 같은 곳인데 역시 5년제로 운영된다. 졸업만 하면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에 입학 자체가 어렵다. 2년 정도 준비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 열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졸업하면 바로 실무에 투입하다 보니 교육과정 전체를 현업 전문가들이 가르친다. 강 사 구하기가 어려워 학기마다 강사가 바뀌기도 한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공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다. 대학교육 학비가 연간 200유로 정도이기 때문에 거의 무상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서열화를 막고 평생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에 맞게 자 기 직업을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기술분야별로 특성화된 대학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다. 제빵학교나 요리학교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부문에선 프랑스를 많이 벤치마킹 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IT산업이 강국인 나라는 아니다.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 며, IT산업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을 했다. 9 루이 뤼미에르 국립학교 : 프랑스 교육부 산하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영화, 사진, 음향 세 가지 분야의 교육과정을 시행한다. 학생은 총 150여명에 불과하다.
  43. 51 에꼴42를 볼 때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나. 설립이야기 “에꼴42”의 고유명칭은 “42”이다. “에꼴”은 프랑스어로 그냥 “학교”라는 뜻이다. 즉, “42”는 교육과정의 이름이면서 학교이름이면서 이를 운영하는 법인이름이다. 42는 억만장자 “자비에르 니엘”이 프랑스의 현재 교육을 비판하며, 제도권 밖의 사람 들에게 교육기회를 주고자 2013년 파리에 세운 학교다. 1억 유로(한화 1,387억원)를 기부, 학비 전액 무료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림 11. 42 교육모델의 특징 교육시스템은 “니콜라스 사디락” 교수가 에피텍(Epiech)대학에서 함께 일하던 팀을 데 리고 나와 만들었는데,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독특한 교육방식 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42의 설립은 2013년이었지만 독특한 교육방식은 1999년 에피텍 대학까지 거슬러 올 라간다. 즉 교육현장에서 20년 이상 다듬어진 교육법이다. 1995년 사디락 교수는 에피타 대학의 보안근무자로 일을 했는데, 학생들 커뮤니티를
  44. 52 만들어 학교시스템의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고 운영했다. 이 때의 개발팀을 “보컬”10이라고 불렀다. 1999년 에피타 대학이 IONIS 교육그룹의 회원사로 합류를 하면서, 석사과정에 준하 는 2년제 특수과정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 때 사디락 교수는 “보컬팀”과 새로운 교육과 정을 만들면서 에피텍이 시작되었다. “보컬팀”은 교육모델을 설계하고, IT시스템을 개발, 교육이 운영되는 과정을 전부 관리 했는데, 42가 설립될 때도 그렇게 일을 했다. 지금의 에피텍은 유럽전역에 17개 캠퍼스가 있고, 총학생수가 5,000명, 교직원수는 200명에 달하는 큰 국제학교가 되었다. 하지만, 몇 가지 과정은 제도권 하에서 실행하지 못했는데, 2010년 “Zup de Co협회 11 ”내에 사회봉사과정으로 “웹아카데미 Web@cademie”를 개설하면서, 학생들 만으로 운영되는 학교모델을 완전히 성공시킨다. 42를 세우게 된 건, “웹아카데미” 1회 졸업생이 “자비에르 니엘”의 회사에 취업, 임원 회의에 우연히 참석했는데, “자비에르”가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보고 이 학교에 관심을 가 지게 된 것이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애견카페에서 일을 하다 2년동안 이 과정을 밟았 는데, 그녀의 학습과정을 듣고 자비에르는 큰 감명을 받았다. 42는 에피텍부터 시작되었지만 가는 길은 다르다. 에피텍이 그랑제꼴 과정으로 사회 의 엘리트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면, 42는 비제도권에서 보편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10 “보컬” : Bocal, 바순 악기에 들어가는 구부러진 금속 취구관. 특별한 의미 없이 사용되었으나, 당시의 개발팀을 지칭, 42에서도 교육팀이자, 개발팀이자, 교육운영팀인 메인팀을 “보컬”이라 부른다. 11 Zup de Co : 2007년 설립, 취약계층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비영리교육기관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 영이 된다.
  45. 53 42는 “그랑제꼴드누메릭”이라는 공익단체에 가입되어 있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나 농 민들이 IT 일자리를 갖도록 도와주는 곳으로, 42교육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다. 혁신성 42가 보편교육을 지향하면서, 여러 가지 교육모델들이 바뀌었다. 교육의 정체성을 “지식전달”이 아니라 “생존 스킬 훈련방식”으로 바꾸었다. 파이썬을 가르치는 것보다, 파이썬을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한 거다.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니 가장 먼저 교수자를 걷어냈다. 기존 교육시스템에 선 “교수자”가 교육을 리딩하기 때문이다. 교수자의 빈자리를 동료들이 채우도록 했다. 다만 교수자가 없으므로 전문적인 내용은 익히긴 어려웠다. 교육내용을 범용적인 부분으로 한정했다. 교수가 없어지면서 수업도 없앴다. 학생들이 과제를 풀면 진도가 나가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20개 정도 풀면 컴퓨터공학 과 4년 과정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가능한 건 참고할 내용들이 책이나 영상 으로 충분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교수자와 수업일정이 없으니, 학생들이 알아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학 업분위기 조성이 중요했다. 고립되지 않고 서로를 챙겨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산업사회 관점에선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들이다. 사회로 나서는 순간 직장인들은 모 두 이렇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업계”는 다르다. 매우 주목을 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소프트웨 어 교육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학생까지는 “스크래치”로 커버할 수 있지만, 고 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육도구는 없다. 담당 교원도 부족하다. 대학교의 경우는 더하다. 새로운 기술이 해마다 등장하는 데 거기에 맞추어 교육과정
  46. 54 을 업데이트하기 어렵다. 별다른 지침도 없고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감을 잡기도 어렵 다. 제일 힘든 게 교수나 강사를 구할 수 없어 교과수업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교육방식이나 교육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다. 42에 대한 기대도 그런 관점에서 출발한다. 라. 판타지와 현실 3無 교육(No Teachers, No Courses, No Classes)이라고 하면 다들 환타지를 가진다. “아니, 선생님 없이 학생들이 알아서 성장한다고?” “그러면 이제 선생님이 필요 없는 거야?”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는 건 “판타지”다. “교수자 강습방식”에서 “집단학습방식”으로 바뀌는 등 여러 가지 교육방식이 변하지만, 교육은 교육이다. 교수자의 역할도 수업(교육진행)만 사라질 뿐, 교육설계와 평가관리의 역할은 그대로 남아있다. 42 에선 파리캠퍼스의 “Pedagogy”팀이 교육설계와 교육평가를 맡는다.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면 “Pedagogy”팀이 고민하여 과제를 설계한다. 평가관리는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시험와 동료평가의 결과를 보고, 교육이 제대로 진행 되는지 진단한다. 교육진행은 각 캠퍼스의 교육운영팀이 담당하며, 과제수행이 적절한 속도로 이루어지 도록 학생들을 압박한다. 42 교육은 방치교육은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돌봐 주는 “돌봄교육”이다. 직접 적으로 강의하는 행위가 없어졌을 뿐, 여전히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47. 55 마. 교육목표 42는 어떤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그런 교육방식을 선택했을까? 42는 자기네 홈페이지에 이렇게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42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힘을 믿는다. 우리 교육모델은, 이론 교육보다 프로젝트에 기반한 학습 과 팀워크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최신의 교육혁신 방식과 모델들을 통합하면서, 차 세대 IT 인재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 42.fr 즉, 42의 목표이자 핵심가치는 “다양성” 과 “포용성” 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다양성”과 “포용성”은 프랑스가 교육법에 명시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이며, 프랑스의 모든 학교가 이 정체성을 따른다. 즉, 42 도 프랑스 학교로서 보편적인 지향점과 가치관을 따라간 것이다. 비전은 무엇일까?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2013년 설립 이후, 우리는 혁신적인 교육방법으로 최고의 IT교육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 하려고 노력해왔다. 고등교육부문에서 세계적으로 독특한 이 포지션은 “개방성”, “학비무료”, “우수 성” 같은 가치들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IT전문가들을 (발굴하여) 고용시장에 지속 적으로 합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프랑스의 교육상황과 직결된다. 프랑스는 1968년 이후 공교육이 일반화되면서 대학이 평준화되었다. 모두 국공립화 되면서 연간 200유로만 되면 대학을 갈 수 있게 된 거다. 대신 그랑제꼴이라는 사립대학이 엘리트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완전 실습과정으로 이루어진 출세코스로 학비가 연간 11,000~15,000유로가 된다. 2013년 이전에는 제대로 된 코딩교육을 접할 수 있는 케이스가 “그랑제꼴” 밖에 없
  48. 56 었다. 그러다 보니 자비에르 니엘은 재능 있는 친구들이 코딩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다고 당시 교육을 비판했다. 즉, 에피텍에서 하던 그랑제꼴 과정을 42라는 무료교육과정으로 풀어버린 거다. 대단히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고민이 된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과연 어떤 시각에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게 숙제다. 2. 교육 동작방식 가. 놀이터 학습 그림 12. 42의 교육환경 “42교육을 한마디로 설명해주세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 “42는 환경교육이자 놀이터 교육입니다.” 42는 환경을 설계하고 거기에서 학생들이 놀게 하는 교육법이다. 다만, 성인 놀이터이 고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교육의 질”은 “구성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49. 57 교육장, 노트북, 네트워크 인프라, 서버 환경 등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은 개인화된 노트북이 없으면 현대 소프트웨어 교육은 잘 되지 않는다. “교육내용”은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나뉘는데, “하드 스킬”은 교육 콘텐츠와 커 리큘럼 등이 결정한다. “소프트 스킬”은 “교육방식”이 결정한다. “교육설계자”는 이렇게 교육에 필요한 놀이기구를 설계하고 만든다. 직접 가르치는 행위가 없는 만큼 꽤 철학적이고 정교해야 한다. 학생들이 따라가야만 하는 통로 하나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 집어 쓸 수 있는 도구를 만 들어줘야 한다. “교육운영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는지를 관찰하고 도와준다. 학생들끼리 스스로 해야 하지만 의도된 학습활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개입하여 가이드 한다. “어린이집”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교육방식을 “구성주의 학습모델”이라고 한다. “구성 주의 학습”에선 교수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놀이환경” 설계가 중요하다. 즉, 놀이환경이 곧 교육환경이다. 42는 중앙집중식으로 운영된다. 교육환경 설계는 파리캠퍼스가 담당하고, 다른 캠퍼스 는 “교육운영”만 한다. 각 캠퍼스에서 자기들만의 교육을 할 수는 있지만, 42 시스템과는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42는 “교육운영”도 상당부분 학생들 참여로 채운다. “자원봉사”, “동료평가”등 제도적, 비제도적 방식들로 교육진행에 필요한 노동력을 해결한다. 이것 또한 커뮤니티가 동작하 는 방식이다.
  50. 58 나. 학습 커뮤니티 그림 13. 42의 커뮤니티 학습방식 “성인사회”에서 “놀이터”는 “커뮤니티”가 된다. 42 학생들은 자신들을 커뮤니티라 부르고 실제로 개발자 커뮤니티처럼 행동한다. 함께 할 동료를 찾고, 학습일정 수립, 필요한 교재 조달, 샘플코드 검색 등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한다. 이런 걸 해보지 않았다면 학생들에겐 모든 게 다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면, 학생들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커뮤니티 내에 좋은 경험들이 자리잡게 하는 게 엄청 중요하다. 일단 선순환 하기 시작하면 계속 선순환 한다. 다만, 악순환이 되면 계속 악순환 된다. 그래서 이상한 분위기가 자리잡지 않게끔 꾸 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특성을 그대로 따른다. 42 캠퍼스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거나 문제행위를 일으키면 즉시 스태프에게 보고 가 된다. 스태프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큰 패널티를 주거나, 개선의 여지 가 없다면 퇴학을 시켜버린다. 실제로 42는 “WURI(세계대학교 영향성 평가)”의 도덕적 가치 부문에서 매년 1,2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커뮤니티 기반 교육은 분위기 관리가 중요하다. 이 분위기가 곧 “커뮤니티 문화”이며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51. 59 3. 교육모델 가. 교육철학 “사디락 교수”가 해외 강연을 나오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42는 능동적 교육철학(Active Pedagogy)와 구성주의(Constructivism)을 따른다.” “능동적 교육방식”과 “구성주의”는 “교육학”쪽 용어다. 일반 개발자들은 들어볼 일이 없지만, 교육대학생들은 학부과정 중에 배우는 용어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길어서 핵심만 요약을 해본다. 대구분 소분류 구조주의 구성주의 구조주의(객관주의) 인지적 구성주의 사회적 구성주의 교육의 특징 등장배경 사회는 규칙으로 규명가능, 통제 및 예측 가능 사회는 불확실, 복잡, 독특, 가치관이 충돌하는 곳 교육의 정의 지식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 지식을 응용할 수 있게 되는 것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교육의 목표 진리와 일치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 습득된 개인경험을 사회적, 문화적 타당성에 맞추어줌.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문화적 요소를 습득하는 것 패러다임 Teaching (잘 가르치키) Teaching – Learning (잘 가르치고 잘 배우기) Learning 우선 (스스로 학습하기) 기타 발생시기 1920 년대(소쉬르) 1920 년대(피아제) 1960 년대(비고츠스키) 교육사례 전통적인 강의교육 (높은 지식을 가진 교사가 중요) 도제식 교육 (도전과제, 인지과정이 중요) 학습공동체, 에꼴 42 (학습이 일어나는 커뮤니티 환경, 보고 따라할 수 있는 롤모델이 중요) 장점 대량인원, 동시교육이 가능 지식형성기에 적합 탐구형 + 연구형 + 과학적 인재 탐구형 인재육성에 적합 창의적사고 + 행동형 + 다양한가치 사회적, 도전형 인재육성에 적합 교수자가 필요없음 단점 교사가 없으면 교육 불가능 빠른 환경 변화시 효용성이 낮음 상상력, 창의력은 관심밖 만남의 공간 부재시 교육효과 없음 폐쇄적 운용시 신규 지식 유입 불가 표 10. 구조주의, 구성주의 교육철학의 차이
  52. 60 전통적인 교육은 “구조주의” 라고 한다. “세상에는 구조화된 지식체계가 있고 그걸 1장부터 10장까지 전달하는 게 교육의 본 질이다, 그걸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게 교육이다” 라고 생각한다. 구조주의 교육의 장점은 강의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량으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지식전달에는 적합하지만 기술습득이나 훈련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이다. 기술습득은 뭔가를 해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습자가 뭔가를 하고 싶어 져야 되기 때문이다. “구성주의”는 “지식은 문화와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다”라는 관점을 가진다. 그래서 경험과 문화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인다. 장점은 자기가 하고 싶어 지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한 명의 스승을 두어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인지적 구성주의”다. 효과는 좋은데 한 명이 한 명 밖에 못 가르친다. 교육의 품질은 좋지만, 보급성이 엄청 낮은 거다. 반면, 또래들끼리 사회를 만들어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사회적 구성주의”다. 교수자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교육의 확장성과 보급성은 높은 반면, 지식수준을 높이 는 데는 한계가 있다. 42는 강력한 “사회적 구성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정체성을 기술지식을 가르치 는 것보다, 기술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소프트 스킬”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는 법을 배운다.(Learn to learn)”, “문제 해결력을 익힌다”. 이렇게 표현 하고 있다. 부족한 전문지식은 어떻게 하나? 42는 그건 학교의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 학생들이 빨리 사회로 나가서 사회속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