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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by 날고싶은커피향 201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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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싶은 커피향


장인 정신으로 극복한 자본주의 

개인은 스스로의 잣대를 기준으로 나만의 철학을 만든다. 

그 철학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 세상을 이루는 힘이 된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
#{for:author::2},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for:author} 지음
출판사
더숲 | 2014-06-0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아마존 일본 사회·정치,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부패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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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 고현숙 교수(국민대)



일본에 좀 특별한 빵집(다루마리)이 있습니다. 외진 소도시 오카야마 역에서 전철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산속의 빵집인데요. 이스트는 전혀 쓰지 않고 자연에서 나는 천연 효모, 고택(古宅)에 붙어사는 천연 균과 같은 걸로 주종(酒種)을 만들어 빵을 발효시킵니다. 유기농 재료를 넘어서 자연재배 작물로 빵을 만드니, 빵 가격이 시중보다 좀 비싸죠. 하지만 빵집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것도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장사하지 않고, 매년 한 달은 장기휴가로 문을 닫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빵집을 운영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 특별한 빵집 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의 저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소개하려 합니다.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에서 절망
저자는 농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첫 직장에서 맞닥뜨린 건 불합리한 세상이었습니다. 회사는 농산물 수확 전에 소매점들과 납품계약을 했다가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부족하면 다른 산지의 사과를 싸게 드려온 다음에 원래 계약처에서 포장만 해 납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은 원산지를 허위 표기한 것이지만,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또, 매입자를 찾지 못하면 농산물은 쓰레기로 전락하고 맙니다. 저자는 직원들이 3톤가량의 토마토가 그냥 썩고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생산자에 대한 경의나, 생명을 다룬다는 자각, 자연의 결실을 고마워하는 마음, 작물을 썩히는 데 대한 자책감 등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거대한 유통 시스템에, 자본의 논리에, 농업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목격한 것입니다. 

“우리 가게의 경영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기다.”
회사를 그만둔 저자는 정말 하고 싶은 일, 빵 굽는 일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자본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빵집공장도 자본 구조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몸이 부서져라 일하던 중, “도대체 왜 이렇게 혹사당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아버지 권유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찾은 것입니다. 자본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구조에 편입되어 노동자를 혹사시킨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만큼의 이윤이 자본가에게 돌아갈 경우 자본가는 이윤에 집착하게 되고, '이윤과 착취'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활동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만을 노리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력 대가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결함을 이해하게 되고 이윤의 원천을 알게 된 저자는 경영이념을 ‘이윤을 남기지 않기’로 정하고, 보통의 빵집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합니다. 만드는 자에게는 직업으로서, 소비하는 자에게는 먹거리로서의 풍성한 즐거움을 지키고 키워가기, 비효율지언정 많은 정성을 갖고 한 번이라도 손길이 더 거쳐진 공들인 빵을 만들기, 이윤과 결별하기 등등. 이러한 것들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천연 균과 자본주의(부패하는 경제를 꿈꾸다)
저자는 빵을 구우며 '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을 갖고 있으면 발효시켜서 빵이나 와인 등을 만들어내고, 반대로 재료에 생명을 키우는 힘이 없으면 재료를 먹을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부패시켜서 안 먹는 게 좋다는 신호를 인간에게 보냅니다. 발효와 부패는 균을 통한 유기물의 분해 작용이라는 점에서 같은 화학분해 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하면 발효, 그렇지 못하면 부패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와 균 역시 똑같은 처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균형은 순환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며 균에 의해 발효와 부패가 일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은 음식, 즉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부패하는 경제’를 꿈꿨습니다. 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이 바뀌고, 발효와 부패를 통해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부패가 생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후부터 ‘발효 - 순환 - 이윤 남기지 않기 - 빵과 사람을 키우기’의 구조로 빵집을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시골빵집의 경영 
시골빵집의 주된 상품은 천연 효모를 이용한 빵입니다. 일본 술, 양조에 쓰는 효모로 만든 주종 빵, 호밀을 발효시킨 유산균종으로 만든 호밀 빵 등입니다. 빵의 평균가격은 400엔으로 조금 비싼 편입니다. 매달 매상은 200만 엔 내외인데요, 이윤을 내지 말자는 슬로건에 따라 재료비와 인건비가 각각 약 40%를 차지하여, 매출의 80% 넘게해서 이윤도 내지 않고, 착취도 하지 않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이를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했고, 대신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 적자를 내선 안됩니다. 그러니 초과 이윤은 필요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업을 키우려고 하니까 투자를 위한 이윤이 필요하지, 같은 규모로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없다고 본 것입니다. 빵집 운영도 특별했습니다. 이 빵집은 주 4일만 여는데 목, 금, 토, 일 영업, 월, 화는 휴무, 수요일은 재료 준비에 정성을 쏟습니다. 연중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갑니다. 빵에 대해 더 파고들고 잘 굽는 것도 중요하지만, 빵만 보이고 세상이 안 보이게 되면 무슨 빵을 만들어 제공할지를 모르게 됩니다. 빵 이외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기술을 부리는 사람으로서의 감성을 연마하고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하며 사회에 대한 시각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내 많은 고객은 이 집의 빵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께서 이 집 빵을 드시며 행복해했다는 스토리부터,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오는 고객들의 마음은 그냥 맛있고 싼 빵을 찾는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적 유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동일본 지진 이후 변화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느껴보게 됩니다. 돈이 돈을 버는, 결코 부패하지 않는 자본의 논리로 지배되는 세상에서 과감히 시스템 편입을 거부하고, 판 밖에서 조용히 경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저자의 도전이 인상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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