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라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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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 교수(국민대, 코칭경영원)
안녕하세요. 고현숙입니다. 한 때 엄청 잘나갔던 사람이 있습니다. 21살에 당시 핫한 브랜드인 아메리칸어패럴의 전략가로 일하고 25살에 베스트셀러 책을 씁니다. 구글에 자문하고, 유명인들과 관계를 맺고 투자를 받아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사업은 실패했고, 베스트셀러는 하나에 그쳤으며, 존경하던 사람들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게 됩니다. 명백한 실패 앞에서 이 사람은 깊게 생각합니다. 무엇이 나를 망쳤던 것일까? 이야기의 주인공 라이언 홀리데이는 자신을 파멸시킨 것이 경쟁자나 환경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에고(EGO)였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쓴 책 <에고라는 적>을 소개합니다.
[에고가 왜 문제인가]
에고(EGO)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으로 정의합니다. 즉, 자신이 그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하는 것, 이것이 에고인 겁니다. 자기중심적인 야망, 거만함, 우월감도 에고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때론 사람들이 자존심 때문에 자기이익을 희생하기도 하죠. 단지 이기기 위해 사소한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거나, 상대보다 낫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충고까지 무시해버립니다. 반대로 에고를 잘 제어하는 상태는 어떤 것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열망하지만 겸손하다/성공을 해도 자비롭다/실패를 해도 끈기가 있다”
일례로 미국의 위대한 장군 윌리엄 셔먼은 남북전쟁 시절 활약했는데요. 자기를 승진시키려는 링컨 대통령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부대지휘권을 맡지 않게 해달라고요. 장군이라면 누구나 더 높은 계급과 지휘권을 바라는데, 그는 자기 역량이 2인자 역할에 가장 잘 맞는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지휘관이었을 때 조급한 성격으로 인해 말실수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죠. 거기서 교훈을 얻었던 겁니다. 이후 그랜트 장군 휘하에서 일하면서 다른 장군들이 공적을 앞다퉈 내세울 때 자기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군사력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북군 최초의 승리를 이끕니다. 수많은 전쟁사에는 에고에 휘둘려서 분별력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많은데 그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했던 겁니다. 셔먼만이 아니죠.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은 참기 어려운 인종차별과 멸시에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참았습니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에고를 내려놓은 거죠. 앙겔라 메르켈이나 엘리노어 루스벨트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고, 목적에 헌신했기에 오랫동안 존경을 받게 됩니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에고는 우리를 과시하게 만들죠. 요즘 대세인 SNS를 보면, 자기가 얼마나 잘 살고 있고, 잘 먹고 있는지, 일이 얼마나 잘 돌아가고 있는지, 결국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작가는 블로그 운영하고 댓글 달고 트위터를 하느라 바빠서 정작 본업인 소설은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에 대해 말하는 걸로 마치 일을 한 듯 생각하는 것도 에고의 결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고,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열정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꼭 생각해봐야 합니다. 진짜 중요한 게 명성과 안락한 삶이라면, 경로는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고, 관심을 끌고, 명성과 직책을 좇으면 됩니다. 반면에 진짜로 사람들을 돕거나, 조직의 시스템을 바꾸는 등 자기보다 더 큰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모든 것은 더 쉬워지고 동시에 더 어려워집니다. 인정받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게 문제이기 때문에 타협할 필요가 없어지니 더 쉬워지는 거고, 엄격한 원칙을 따라야 하니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일례로 UCLA 농구팀의 감독 존 우든은 ‘감정에 좌우되지 말라’고 가르쳤고, 열광적으로 말하거나 감정을 고무시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승리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들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데 집중시킨 겁니다. 성공은 열정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을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실주의는 필요합니다.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는 자세를 갖기 쉬운 반면, 목적의식에 충실한 사람은 다른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지나친 열정을 가졌지만 실제로 무능한 것이라고 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성공했을 때 에고를 주의해야 합니다.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을 거두면 에고는 이렇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남보다 뛰어나지. 일반 원칙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아” 하지만 올바른 가치관이 없다면 성공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나버리죠. 성공에 취해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나 세상의 온갖 소리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팀이 승리하고 세상의 관심이 쏟아지면 선수들의 유대감은 풀리고 자신의 기여도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한쪽은 으스대고 한쪽은 불만과 좌절을 보이게 되죠. 저자는 이를 ‘나라는 질병(disease of me)’라고 했습니다. 꼭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우주의 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에고는 실패할 때도 튀어나옵니다. 시련을 맞을 때 부정적으로 작동되죠. ‘못할 줄 알았어. 뭐 때문에 그렇게 기를 쓰고 하려고 했었지? 그럴 가치도 없어. 핑계를 대고 손을 떼지 그래?’라고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죠. 이때 에고는 공평하지 않다고 불평하고, 분노하며 좌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시련이 누구 탓인지 해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앞의 문제가 현실이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건데요. 에고를 내려놓은 겸손하고 강한 사람들은 불평을 덜하며, 자신을 희생자로 삼지 않습니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헤쳐 나가는 회복 탄력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에고를 대체하는 덕목으로, 바위처럼 단단한 겸손함과 자신감을 꼽았습니다. 에고가 자기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도 이는 허울처럼 허약한 반면에, 자신감과 겸손함은 튼튼하고 실제적인 것이며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도 에고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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