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싶은 커피향
광대한 우주를 경험한 사람.... 세계 71억 인구중에 단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군요..
인용 - 고현숙 교수(국민대)
최근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만큼 우주와 지구, 인간 본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다는 걸 보여줍니다. 인류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이래,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지내본 사람은 전 세계 71억 명 인구 중 단 5백 명에 불과합니다. 이 우주비행사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우주 공간에서 지낸 경험은 어떤 삶의 교훈을 선사했을까요? 오늘은 캐나다인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쓴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통해 그 답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주비행사의 꿈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우주선에서 나와 달 표면에 천천히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장면이 전 세계 TV에 방영되었을 때, 아홉 살 꼬마였던 저자도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당시 캐나다엔 항공우주국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목표가 생기니 이상하게 활기가 솟았다고 그는 말합니다. 학교 공부도 더욱 열심히 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었으며 항상 모범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장차 우주비행사가 될 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진학도 우주비행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쪽을 택했습니다. 공군사관학교를 거쳐 캐나다 공군 제트기조종사가 되었고, 마침내 미 해군항공기지에 근무하게 되면서 우주비행사 선발에 대비한 공부와 훈련에 매진합니다. 항공시스템공학 학위도 땄습니다. 아무런 기약 없이 준비만 하던 중, 1991년 운명처럼 캐나다 우주국이 낸 신문광고를 봅니다. <우주비행사 구함!> 5천 명의 지원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4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되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를 타고 첫 우주비행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당시 이렇게 회고합니다. “진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합격통지서가 아니라 수년간 지식과 기술을 쌓고 신체능력을 개발해야 되는 것이었다.”
자세를 유지하라
우주로 나갈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 우주비행사의 능력을 넘어서는 많은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주비행이 보너스이지, 능력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역설적으로 우주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자세가 20년 넘게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었다고 말합니다. 우주비행에 자존감이나 행복, 정체성 따위를 걸지 않았기에 일상 자체가 즐거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저자는 “나에게 성공이란 우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나긴 여정에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훈련은 목표를 위한 준비단계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인생을 목적 달성을 위한 경기가 아닌, 몰입하고 즐기는 여정으로 보는 거지요. 세상에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많지만, 단 한 가지만은 제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의 자세입니다. 저자는 “자세를 통해서만 안정감을 느끼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세를 잃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라고 말합니다.
사소한 일에 전력을 추구하라
우주비행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우주비행사들이 초인적인 용기가 있거나 모험을 즐길 거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오히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세심한 사람들이 우주비행사에 적합합니다. 두려움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때, 그리고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생깁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는 위험상황에 대한 정교한 시뮬레이션에서 대처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합니다. 두려워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도록 자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가끔 처세술 책에서 ‘원하는 것을 생생히 그려라.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식으로 말합니다만 저자는 그런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준비 없이 원하기만 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사소한 일에 전력을 추구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큰 사고는 대부분 당시에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세부사항을 간과할 때 발생됩니다. 챌린저호는 손상된 고무패킹이, 컬럼비아호는 기포 누출이 끔찍한 재난을 불러온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사소한 일을 가벼이 여기는 우주비행사는 죽은 우주비행사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준비해라, 열심히 일해라, 그리고 그 모든 걸 즐겨라!’란 자세로 임했다고 합니다.
우주에서의 생활
2013년 마침내 저자가 도착하는 곳은 인간이 지구 바깥에 세워둔 전초기지, 국제우주정거장입니다. 공상과학소설이 현실이 된 곳이자, 모든 어린이의 꿈이 실현된 증거인 곳입니다. 우주생활은 어떨까요? 우주에선 키가 커진다고 합니다. 중력이 없어서 척추뼈 사이의 연골이 팽창하여 몸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날아다니거나, 박쥐처럼 공중에 거꾸로 매달릴 수 있고요. 몇 달 지나면 발바닥은 아기 발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소변은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해결하고 잘 때는 침낭을 네 귀퉁이 금속고리에 묶고, 양팔을 옆면 구멍 속에 끼우고 잡니다. 단, 땀을 흘리면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몸에 차곡차곡 붙어서 서서히 커지는 액체 방패처럼 된다고 합니다. 중력이라는 한 가지 변수만 제거하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저자는 우주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고,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뛰어나며, 성공적인 성취를 해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빠른 성공의 대가도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다 보니 자신의 약점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은 우주비행이 길어질수록 성품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주에서도 자기가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을 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주공간에선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공감과 유머감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동료를 기분 좋게 만들고, 옆에서 돕는 것이 자신의 생존과 성공가능성도 높이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영광 이후
지지난 정권의 총리가 누구였나? 5년 전 아카데미 최우수상은 어떤 영화였나? 아무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 외에 아무도 기억을 잘 못합니다. 우주비행 역시 마찬가집니다. 발사와 착륙에 쏟아지는 관심은 오래가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지요. 지나간 명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서는 안 됩니다. 우주에서 우리 행성을 볼 기회를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경험 덕분에 한층 더 겸손해진다고 합니다. 북반구와 남반부의 반짝이는 불빛들, 허리케인의 눈을 휘감아 도는 광폭한 구름… 지구를 통째로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경이로움을 느끼고 아주 겸손해진다고 합니다. 지구에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절실히 느낀다고 합니다. 한 우주비행사의 진솔한 삶과 생각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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