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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대한 멈춤

by 날고싶은커피향 2017. 9. 14.

위대한 멈춤

 


 

고현숙 교수(국민대, 코칭경영원)


안녕하세요, 고현숙입니다. 여러분은 크게 도약하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사람의 삶이 크게 바뀌는 시기가 있습니다. 직업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내면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겪어서, 기존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죠. 평범했거나 미성숙했고, 취약했던 사람들이 비범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는 내적도약을 이룬 전환기(turning period)가 있었습니다. 전환기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책 <위대한 멈춤>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전환기1. 여행]

저자에 의하면 전환기에는 사람들이 여행을 했습니다. 일례로 번역가 이윤기는 오랫동안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번역하고 글을 써왔습니다. 1999년 그는 문득 정작 신화의 현장인 그리스 땅을 자기가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낍니다. 스스로 자기가 쓴 것에 만족할 수 없었고 독자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한 이유가 갑자기 자명해졌습니다. 마치 신화에서 이아손이 아르고 원정대를 이끌고 엄청난 모험을 하고 마침내 황금 양털가죽을 고국으로 가져왔던 것처럼, 자신도 무언가를 건 필사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깨달음이었죠. 그에겐 장기여행에 필요한 돈도 없었고, 장비도 부족했지만 주위의 도움과 긴 준비기간을 거쳐 3개월간의 그리스 여행을 감행합니다. 신화의 현장을 샅샅이 누비고 유럽의 박물관도 구석구석 살핍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 부족한 돈으로 고생을 하였지만 그는 이것이 할 일을 하는 자의 달콤한 피로였다고 회상했습니다. 1년 뒤에 나온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100만 부를 돌파하며, 국내에 그리스/로마 신화 열풍을 일으킵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그 여행 이후로, 내가 나의 흑해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미국의 성공한 변호사, 조지프 자보로스키는 스스로 거의 완벽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어느 날 아내가 이혼요구를 하면서 엄청난 고통에 직면합니다. 기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기가 삶에서 바라는게 정말 무엇인지 성찰을 해보게 되더랍니다. 모든 집착을 풀어놓고 싶었던 그는, 충동적으로 파리로 7주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거기서 그는 독특한 경험을 합니다.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주위의 모든 것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고 황홀함에 사로잡히죠. 거기에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과거에는 자유란 ‘벗어나는 것’즉, 억압과 요구에서 벗어나는 자유만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개념의 자유가 떠올랐습니다. 마음을 다해 목표를 추구하되,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삶의 창조적 기운이 자신을 통과하여 움직이도록 내버려 두는 자유였습니다. 이런 각성 이후 그는 바라는 것들이 일어나는 <동시성(synchronicity)>의 원리를 체험합니다. 비를 피할 대책이 없을 때 비옷을 빌려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레스토랑에서 책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이런 우연들을 보면서 더 큰 꿈을 믿게 되었죠. 마침내 변호사 경력을 포기하고, 아메리칸리더십포럼을 창설합니다.

[전환기2. 독서와 글쓰기]

뿐만 아니라 전환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지프 켐벨은 어려서부터 신화간의 공통점이 많다는 데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명문 컬럼비아대를 나왔으나 대공항의 여파로 취직이 되지 않자, 그는 시간여유가 많은 것을 활용해서 좋아하던 책 읽기에 파묻혀보기로 한 겁니다. 작은 오두막집을 구해서 보고 싶은 책들을 들입다 팝니다. 이렇게 독서만 5년 간 했죠. 빈곤하고 한심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이때가 가장 찬란한 시기였다고 말합니다. 그의 독서법은 특이했습니다. 관심 있는 작가를 골라 그가 쓴 모든 책을 다 읽고, 거기에 언급되는 다른 작가로 확장해서 또 그의 책과 논문을 모조리 읽는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팽글러가 책에서 니체를 자주 언급하면 니체를 철저히 읽고, 그러다보면 쇼펜하우어를 또 칸트를 읽는 식이었죠. 이렇게 읽으면 책이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게 나오게 된 배경과 관점, 과정을 다 파악하게 되는 거죠.

어떻게 책 읽기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의무감이나 허영심에서가 아니라 편견을 깨뜨리고 새로운 인식을 갖기 위해 읽으라고 저자는 권합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작가 구본형은 잘나가는 직장이었지만, 중년이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마음 속에서 “일어나 글을 써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라는 겁니다. 그는 이날부터 매일 아침 글을 씁니다. 자기에게 통찰을 주었던 책들을 정리하며 자기 생각을 덧붙여나간 거죠. 이렇게 독서와 글쓰기를 3년간 하면서 자신을 탐구한 결과 책을 세 권 쓰고 조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전환을 이룹니다.

[전환기3. 공간]

뿐만 아니라 전환기에는 몰입하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어 처음 4년 기거한 초라한 방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사의재는 4가지, 즉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말, 무거운 몸가짐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당호입니다. 이런 공간들은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다워질 수 있는 곳이자, 외부 세계와의 경계였습니다. 이처럼 자기만의 공간에서 그들은 무언가 자신이 꺼낼 수 있는 정수들을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이 책은 전환기에는 스승, 취미, 상징, 공동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비범한 사람들의 사례를 깊이 있게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내적인 도약을 이루는 전환기는 언제 찾아올까요? 아마 지금 찾아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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