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고현숙 교수(국민대, 코칭경영원)
안녕하세요, 고현숙입니다. '불확실한' '복잡한' '혼란스러운'... 이런 단어들만큼 요즘의 경영환경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의 기술 발달은 '4차 산업혁명'이라 할 만큼 광범위한 변화를 몰고 왔고, 이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쳤는데요. 마케팅 고수들은 최근 변화의 핵심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대응방법을 제안하고 있을까요?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초연결 시대, 생산자 중심 구조는 끝났다]
제품 중심이 ‘마켓 1.0’이라면 고객 중심이 ‘마켓 2.0’, 인간 중심이 ‘마켓 3.0’이었고, 현재 우리는 ‘마켓 4.0’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초연결성입니다. 이제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다름 아닌 페이스북입니다. 16억 5천만 명의 주민을 둔 나라죠. 요즘 사람들은 속보를 주로 어디서 볼까요? 대형TV가 아니라 트위터가 가장 빠릅니다. 모든 사람이 시민기자니까요. 유튜브가 헐리우드를 압도하는 시대입니다. 보는 빈도와 인기도, 스타 탄생도 유튜브가 훨씬 영향력이 크죠.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물리적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수요는 분산되어 있고 이질적인 시장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변화 방향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습니다. 배타성에서 포용으로,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개인적에서 사회적으로... 우선 산업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만 봐도 포용으로 나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의료시설과 관광이 통합된 의료관광이나, 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모바일송금회사 등이 대표적인 예죠. 포용성이란 서로 비슷해지는 게 아니라, 차이가 있음에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걸 말합니다. 수직적에서 수평적인 변화 방향도 중요합니다. 혁신 역시 수평적으로 추구하죠. P&G와 그 경쟁사 유니레버는 제품개발모델을 연결개발모델로 바꿉니다. 외부의 제3자들, 대외 생태계의 도움을 얻는다는 겁니다. 고객을 단순 공략대상으로 보던 수직적 관점도 사라져야 하고요. 과장 광고는 더는 통하지 않고, 커뮤니티에서 평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도 수평화 됩니다. 그런가 하면, 구매는 점차 사회적으로 변하고 있죠. 구매 결정을 할 때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평가와 조언을 구하는 겁니다.
[마켓 4.0 전략은?]
그렇다면 초연결시대에 유효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이론은 잊으라!”고 조언하며 모든 관계에서의 수평성과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인 세분화(Segment), 타게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STP’에서 적극적으로 ‘탈출’할 것을 강조합니다. 기존에 알던 시장이 사라졌으니 시장 세분화부터 성립되지 않고, 세분화와 타게팅은 고객 사이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보여줄 뿐이라는 건데요. 나아가 디지털로 모든 것과 모두가 연결된 시대에 더 많은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을 촉구했죠. 즉, 공동 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라는 4C로 재정의되어야 기업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역설적인 작용을 이해하라]
또한, 초연결의 시대엔 역설적인 두 측면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의 상호작용이 중요하지만 반대인 오프라인 상호작용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제품을 비교하고 백화점에 나와 고르는 식이니까요. 아마존에서 만든 대시버튼(dash button)은 커피나 세제 같은 가정용품이 떨어질 때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되어 집으로 배달해주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익스프레스 파이낸셜센터는 ATM 거래를 할때 은행원과 화상통화를 하며 일대일 도움을 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죠.
또 하나의 역설은 고객이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힘이 세졌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받다보니 집중하기 어렵고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정보통이지만 매우 산만한 고객이라는 역설입니다. 브랜드 충성도도 높기만을 바랄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인데요. 인기 브랜드라면 충성고객층만큼 불만고객도 많다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33%이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20%인데, 이런 역설적인 균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싫어하는 집단은 브랜드를 사랑하는 집단을 활성화하는 필요악이라고도 할 정도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거죠.
[신경을 써야할 고객은 누구인가?]
디지털 세계에서 마케터는 어떤 집단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까요? 저자는 젊은이, 여성, 네티즌이라고 답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문화와 기술, 패션 등에서 트렌드를 만들죠. 어른들은 그들의 추천을 따릅니다. 신제품이 젊은이들에게 받아들여지면 대갠 주류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제품에 관심이 많고 끈기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고르는 과정이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고통스럽게까지 여기는 경향이 있다보니, 여성이 구매의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되죠. 또한 네티즌이 고도의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정보공유에 능하죠. 물론 그 정보들이 다 가치 있거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똑똑한 고객임은 분명합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의견과 느낌을 표현하고 컨텐츠를 생산해냅니다. 초연결시대 마케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세 집단에 대한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인간적인 브랜드]
이외에도 브랜드 역시 인간적이고 덜 위협적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진정성 있고 정직하고, 결점을 인정하며, 완벽한 척하는 걸 중단해야 한다고 말이죠.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브랜드는 매력적입니다. 데니스 다이너라는 식당은 소셜 미디어에 재미있고 사람 좋아하는 사교적인 브랜드입니다. 트위터에 위트 넘치는 이야기와 농담을 정기적으로 올리면서 친구처럼 행동하고 많은 입소문을 탑니다. 미용 위생용품 브랜드 도브는 감성이 강력합니다. 여성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감동적인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여성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됩니다.
디지털 경제의 특성과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정리한 이 책은 다양한 산업별 세부적인 전략에 대해 독자가 스스로 고민해보라는 의미에서 장의 말미마다 ‘생각해볼 질문들’도 수록했는데요. 한번 참고해보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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